본문 바로가기

문학19

스타십 트루퍼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직면하는 문제가 있다. 군대.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피해보려고 간장을 타먹기도 하고, 가짜 진단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괄약근에 힘을 주기도 한다. 개인의 손해라는 측면이 아니라 이념으로 접근하는 이는 전쟁과 군대 그 자체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의 청춘을 군대에 바친다. 국민의 4대 의무로서, 이를 완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민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가산점 따위의 사탕발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나라가 남자를 군필자와 미필자, 쉽게 말해 예비역과 아직 군대 안 갔다온 놈으로 구분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한민국이 아직도 병영사회의 틀을 벗지 못한 구시대성으로 해석하든, 권리를 행사하기 전.. 2009. 1. 2.
밤은 노래한다 0. 심연을 바라보는 자 그는 개가와 함께 모든 고통을 정복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고통은 가장 비참하다. 용기는 또한 심연에 있어서의 현기증도 몰아낸다. 그러나 인간이 서 있는 곳은 어디나 심연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곧 심연을 바라보는 것이다. F.W.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3부 환상과 수수께끼 중에서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2008)를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슬픈 사랑에 관해 노래했다. 1930년대의 만주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오로지 그 추억만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그녀를 추억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는 기억 하나만을 붙잡고 살아간다. 한 번도 어둠을 본 적이 없던 눈이 어둠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점점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심해 깊은 곳으로.. 2008. 12. 2.
[렛츠리뷰]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의 '별을 쫓는 자'(원제 Eye of Cat, 김상훈 역, 북스피어)은 인디언인 나바호 족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윌리엄 블랙호스 싱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사냥꾼이자 주술사(메드신 맨)로서, 일족의 마지막 후예다. 그리고 지구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과 교역을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씨족의 숨겨진 이름인 '스타트래커'('별을 쫓는 자') 그대로, 그는 우주를 헤집으며 수많은 행성에 흩어져 있는 괴물들을 사로잡아 지구로 가져간다. 그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되었으며, 수 세기 동안을 냉동수면과 의학기술로 연명하여 아직도 중년의 외모와 체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알고 은둔에 들어간다. 그의 마음은 너무 늙었고 지쳐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스트레이지인 암살.. 2008. 11. 6.
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집, 1962 ~ 1979, 문학동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것이다.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이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것은. 사실 내게 무진기행은 좀 불편한 소설이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혐오 때문만이 아니라, 내겐 어찌된 노릇인지 이 소설이 마치 더러워진 거울이나 뭐나 되는 것처럼 왠지 찝찝했다. 차라리 청춘로맨스 소설이었던 강.. 2008.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