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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 단평

by parallax view 2014. 12. 9.

  박가분의 창비 2014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작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를 서둘러 읽었다. 그의 질문은 "감정과 정동의 시공간인 SNS를 어떻게 전위의 매체로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교통/통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진 식의 논의를 이른바 '네트워크사회'에 끼워맞추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박가분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도 리바이어던으로 표상되는 국가가 아니라, 리바이어던의 은유를 창출하는 공포라는 정서/정동/감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좋아요'와 '리트윗'만이 있을 뿐, 주체적인 결단이나 주장이 없는 세계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패기는 좋다. 레닌주의적 전위의 재발명에는 더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이 글이 본인이 말하는 '이동하는 비평', 즉 트랜스크리틱이 되려면, 단지 여러 책을 읽고 연결하고 정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핵심적인 디테일을 포착하는 노력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건 단지 박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평을 생각하고 또 비평을 쓰려 하는 이들이 봉착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우리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아주 작은 디테일. 그 디테일에서 차근차근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비평의 벽돌을 제대로 쌓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