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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렛츠리뷰] 수학 재즈

by parallax view 2009. 10. 8.
0. 오랫만의, 게다가 시사IN이 아닌 일반(?) 도서로 렛츠리뷰 쓰는 것도 오랫만이다. 첫 렛츠리뷰였던 <별을 쫓는 자> 이후로 거의 1년만이다. (...)

1. <수학 재즈>(에드워드 B. 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승영조 옮김 / 승산, 2009).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수학에 대한 교육용 에세이다. 애초부터 청소년과, 수학과 멀어진 일반인을 타겟으로 잡고, '수학적 상상력의 무한함'을 컨셉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확률, 수열, 기하, 무한, 차원 등의 개념에 카오스 같은 비교적 최신 소재, 암호와 튜링머신 등 익숙한 소재도 섞었다. 각 분야마다 공식과 정리를 애써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거꾸로 말해 이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실 수학 에세이로선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우석훈의 <사회과학 르네상스> 기획 같은 '정면돌파'는 꽤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필요로 하니까.

2.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등의 '미국 대중교양서'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미국식 개그엔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다.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진 않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면에서 슬랩스틱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역시 만국 공통의 코미디는 슬랩스틱 뿐이다.), 이 정돈 애교로 넘길 수 있다.

3. 이런 유의 책을 이야기할 때 꼭 엮이는 게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실태일텐데, 사실 딱딱한 수학이라는 편견은 수학이 재미보다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소모된 데에 일차적 원인이 있을테다. 수학의 비극은 입시가 끝나고 나면 헌신짝 내버리듯 버려진다는 데 있는데(이건 동서를 막론하지 않을까.), 요즘 우리 교육에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4.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이 유아·청소년의 수학교육용 교보재 쯤으로 수입된 경향이 있는데, 이 책도 보드게임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당의정으로써의 쓸모가 있을 게다. 그런 점에서 출판사 승산은 무척 의욕적으로 책을 내고 나름 시장성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보드게임과의 비교가 얼마나 유효할까마는, 유럽·미국식 보드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그닥 깔려있지 않은 한국에서 보드게임 시장이 협소하고 근근히 자리잡았듯이 이런 분야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된다. 파인만 번역서 시리즈라는 괜찮은 아이템을 갖고 있고, 수학 자체가 수식만 없다면 상상력을 자극할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5. <수학 재즈>는 중학교 수준 정도의 수학지식과, 숫자에 겁먹지 않고 그냥 넘겨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둔감함만 있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수학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학도 꽤 할만 하겠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게 목적인, 어찌보면 참으로 '순수한 떡밥'이다. 좋아서 덥석 물어도 크게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수학의 정석을 다시 펼치며 골머리를 썩힐 게 아니라면 말이다.

수학재즈

에드워드 B.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지음, 승영조 옮김 / 승산
나의 점수 : ★★

수식 말고 수학을, 풀지 말고 읽고만 싶다면 기꺼이.


렛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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