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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사란 무엇인가? 리처드 왓모어의 (이우창 옮김, 오월의봄, 2020)은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를 케임브리지 학파의 언어맥락주의적 접근을 중심으로 개괄하는 입문서다. 언어맥락주의(linguistic contextualism)는 거칠게 말해, 특정 사상가의 사유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작이 어떤 의도와 맥락에서 쓰였는지를 동시대의 논쟁을 비롯해 담론/사상의 지적 계보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J. G. A. 포콕과 퀜틴 스키너, 이슈트반 혼트 등이 대표하는 케임브리지 학파의 작업은 (프레드릭 제임슨 식으로 말하자면) 1960~80년대 역사학의 '노동분업'의 주요 사례다. 이들은 이른바 '정치사상', 특히 17~18세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에 집중한다(얼핏 .. 2022. 6. 13.
러시아혁명의 진실 빅토르 세르주의 (황동하 옮김, 책갈피, 2011) 완독. 원제는 Year One of the Russian Revolution이다('러시아 혁명 첫해'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이라는 제목은 전형적인 반공주의적 '폭로'를 연상시켜서 거북스럽다). 10월 혁명의 배경(농노제의 해체와 러시아 자본주의의 형성, 1905년 혁명, 1917년 2월 혁명)부터 10월 혁명,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1918년 7~8월의 위기와 적색 테러, 독일 혁명과 전시공산주의까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1년을 다룬다(실제의 서술 범주는 1919년 초까지다). 세르주는 이 책에서 혁명이란 음모나 쿠데타가 아니라 빼앗기고 고통 받는 인민의 욕망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언제나 혼란과 오류 속에서 벌.. 2022. 5. 22.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오랫동안 내가 관심을 갖고 생각해오던 주제다. 수입이 변변치 않던 시절에는 기본소득이 청소년, 청년 들과 빈곤층의 가난을 해결하고 일정 수준의 생활력을 확보할 보편적인 권리가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일정한 수입을 얻으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도 점차 바뀌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정의한 '국가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라는 기본소득 개념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모든 구성원'은 과연 누구이며 어디까지 포함/배제할 수 있을까? 기존의 복지제도를 건드리지 않은 채 현금 지급을 대폭 늘리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금액을 늘리겠다고 하더라도 지급액의 한계가 발생하는데, 적은 액수의 소득을 주는 것으로 생활력의 확보가 가능한 걸까? 기본소득한국네트.. 2022. 3. 17.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닐의 (책갈피, 2019) 읽기를 마쳤다. 책갈피에서 2011년에 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을 재출간한 것으로, 원서인 Stop Global Warming: Change the World는 2008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어판 제목의 변화에서 정세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의 수준으로 위험의 수위가 격상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기후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이고 계급투쟁의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 계획경제' 또는 '기후 계획경제'라 할 만한 급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가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신자유주의에 경도되어 있는지 꼬집는다. 또한 부르주아지는 코앞까.. 2020.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