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 & Think

[렛츠리뷰] 시사IN 69호

by parallax view 2009. 1. 9.

0. 지난 번에 이야기한대로 시사IN 69호를 받았습니다. 지난 64호에 비해 볼만한 기사가 늘어난 건 반가운 일입니다만, 쥐띠해를 끝내고 소띠해를 맞는 이 시점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터졌다는,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겝니다.


1. 커버스토리 "대운하가 아니어도 일자리는 많다" : 쥐띠해에 쥐상의 대통령을 맞으면서 우리는 너무나도 치졸한 '쥐의 경제학'을 청강해야만 했습니다. 대운하를 파야 경제가 살고, 한미FTA를 해야 경제가 살고, 언론7대악법을 통과시켜야 경제가 산다. 심지어 산사람을 파묻어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다 용서된다는 그 천박한 경제논리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지요. 이런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지역에서 대안경제를 일궈나가려는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로컬푸드, 친환경, 문화예술 분야로 나눠진 섹션마다 부산, 충남 서천, 충북 청주 등 여러 지역의 소규모 기업을 탐방합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지역의 특산물(특색)을 활용하여, 지역민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창업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청주의 올리버거 같은 경우엔 햄버거를 콩비지 패티로 만들어, 싸고 맛좋은 버거를 각군 학교 등에 유통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학교나 사업장에선 마뜩치 않아하는 눈치를 보인답니다. 이건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소규모 기업의 난점인데, 대량생산/대량소비와 기계적 유통, 서울 및 대도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지역내 순환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아직까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오지 못하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지요.

기사의 방향도 현실을 제시하되 가능한 희망적입니다. 실제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친환경 청소업체 함께일하는세상(주) 같은 경우엔 매출액이 1억원에서 35억으로 성장하는 등, 사회적 기업이 충분한 경제적 이윤을 거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죠.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갈길이 멉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인 지금, 사회적 기업일지라도 자본주의 경제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64호 기사의 지역문화탐방과 같은 맥락의 이번 기사를 통해, 지역에서의 대안경제/대안문화활동이 깊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중앙집중된 정치/경제구조에 의존해서는 생존해나가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커버기사에 이어지는 기자체험 '끊고 살아보기' 1탄 "나를 속인 마트, 이제는 안녕"과도 이어지는 문제의식은, 결국 일상 속에서 대형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상부상조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2. 특집 1 "이명박 대통령님 답장 주세요" : 위 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대로, 언론7대악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총파업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는 파업에 참가한 기자, PD들의 '자술서' 같은 것이지요. 편지의 형식으로 전해지는 언론인들의 외침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아쉬움을 애써 털어버리려는 듯 성에 차 있습니다. 때론 덤덤하게 때론 얄밉게 비꼬면서 현실과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같이 투쟁하는 동지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합니다(MBC 이춘근 PD가 <무한도전> 김태호 PD에게 보냅니다).

이와 함께 정치면 기사인 작전명 '에델바이스' 이틀 전 극비 침투는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기까지의 민주당 의원들의 고충을 전 MBC 사장인 최문순 의원이 전해줍니다. 작전명 에델바이스라니, 개그인가요?(웃음) 뭔가 월간조선스러운 이 제목센스는 의장실 사수를 위해 의원들을 묶은 로프의 상표명에서 누군가 꺼낸 농담에서 나온거랍니다.

언론7대악법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이 높은 가운데, 한나라당과 야당은 협상을 재개했고 언론노조의 파업도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음번 기사에서는 언론7대악법이 끝내 좌절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군요.


3. 사회in 부자 중의 부자는 이렇게 돈을 쓴다 : 의외로 흥미로운 기사였습니다. 부자들 간에도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희한한(?) 이야기였는데, 경제위기 속에서 '어중간한' 부자들이 휘청대며 내놓는 부동산 등을 갑부들이 사들이면서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악어가죽 전문 브랜드 '콜롬보'(인기 핸드백의 경우 개당 2000만원)나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 등이 불황을 모르는 사업다운 위용(?)을 보이는 세태는 입맛을 쓰게 만듭니다. 여기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겹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거북이 등껍질 안경테가 화제거리에 오르내렸다는 등(1천만원 ~ 1억원 사이라는군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키톤 양복의 가격이 한벌당 1천만원이라는 건 예사입니다. 다음 기사는 더욱 재밌습니다.

프랑스 남성 수제화 브랜드 벨루티. 이탈리아 베니스 가죽을 베니스 갯벌 속에서 숙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구두는 250회가 넘는 섬세한 수공 작업으로 완성된다. 달빛으로 왁싱하고 염색에는 베니스의 바닷물과 알프스의 눈이 사용된다고 한다.

작전명 에델바이스가 월간조선 패러디라면, 사회면 기사 컨셉은 판타지 라이프인게 분명합니다. 달빛으로 왁싱하고 베니스의 바닷물과 알프스의 눈으로 염색된 신발이 어떤건지 궁금하군요. 해초는 안 자라나요?

어중간히 대중화된 브랜드(맥럭셔리 Mcluxury)와 차별되는 위버럭셔리(Uberluxury)를 추구하는 갑부들의 행태에 눈이 어질어질해집니다. 'CEO 대통령' 이명박 역시 위버럭셔리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2008년 7월 카메라에 잡힌 이명박의 양복 원단이 이탈리아의 로로 피아나 제품(맞춤양복 가격대 300 ~ 1000만원)이라는 건 시장 서민에게 목도리 둘러주고 금산분리완화법 통과를 주문하는 이율배반을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세계경제위기, 국가경제위기 속에서도 호황을 구가하는 압구정동·청담동의 거리는,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나 봅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0.1%를 위한 정부 아래서라면 말이지요.


4. 특집 2 맛있다, 아니다 누구 말이 진짜일까 : 블로그에 올려지기로는 이 기사만큼 적당할 것이 없을 듯 싶습니다. 이젠 대세를 넘어 일상이 된 맛집 블로그/포스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글루에서도 친숙한 맛집 '명화원'이나 '은행골'도 나오고요. 음식 밸리 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그를 보아도 넘치는 맛의 향연. 그러나 '주례사 비평' 일색에, 때때로 편향되고 공격적이기까지 하는 음식평이 너무 많아 도리어 '맛없는 바다'라는 비판이 나올법도 합니다. 일례로 이오공감에도 올라왔던 이태원 모 가게에 대한 불매포스팅은, 포스팅의 사실여부와 블로거의 공정함을 떠나 블로거에 의한 평가가 하나의 언론권력으로 기능하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전문평론가에 의한 음식평론의 시대는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디카를 들고 요리를 찍고 자신의 식감을 글로 풀어내는 지금, 블로거들의 입소문이 갖는 파장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되었으니까요. 20대에서 40대까지, 실질적인 구매연령들이 맛집 블로거라는 것도 특기할만한 일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소득이 예전에 비해 상승했고, 맛있는 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움직일만한 여유가 존재한다는 것이겠죠(그러나 장기불황인 요즘은 과연 어떨런지...).

기사의 끝에 소개된 음식평론가 예종석 교수나 황교익 씨의 말은 맛집 블로거라면 새겨들어야 할 듯 싶습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기왕 먹는 거 맛있게, 즐겁게 먹자는 것이다. 하루 세 번, 평생 제일 자주 하는 일이 밥 먹는 것 아니냐. 그 즐거움을 왜 스스로 차버리려고 하나. 돈이 아주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성의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청결한 공간에서 정성이 담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상상해 보라.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나." (예종석 교수 인터뷰)

"맛을 삶의 주제로 삼아 일해온 지 10여 년. 그러나 솔직히 난 아직도 맛이 뭔지 모르겠다." (황교익 씨)


5. 그 외 : 건강 및 문화기사를 작성한 오윤현 기자의 글이 다소 거슬렸습니다. 건강in 달리는 열차에서 더 도지는 질환들에서 안동현 교수의 약칭이 '임 교수'가 된 것은 사소한 일입니다. 그러나 해결책까지는 아니어도 지하철의 위생상태 등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현실만 툭 던져놓는 글은 그다지 성실한 기사로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자유기고가 유선주 씨의 캐릭터 열전 그녀는 드라마의 내부고발자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산'에서 중도하차한 이다해 씨의 고충을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작가의 무책임함과 드라마 제작관행의 허술함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갈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렛츠리뷰

'Read &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가운 벽  (6) 2009.01.24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16) 2009.01.18
090108  (5) 2009.01.08
스타십 트루퍼스  (14) 2009.01.02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의 역사  (6) 200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