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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by parallax view 2018. 7. 1.

한석정의 『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문학과지성사, 2016)은 제목과 부제 그대로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을 만주국 경험에서 찾는다. 식민주의의 다면성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저항과 타협의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기획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중간 엘리트 내지 준엘리트의 만주국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고(박정희를 비롯한 만주국군 출신들의 영향력 등), 30~40년대 만주-60~70년대 남한-00~10년대 남한의 발전을 너무 쉽게 연결하고 있어 논의가 종종 비약한다(단적으로 이른바 'K-POP'의 수출과 한국 영화 발전을 만주국 경험에서 이어진 것으로 서술하는 것 등).


이 책에서 주로 지적할 부분은 1. 한국 개발 체제의 형성에 있어 '지도층'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top-down 식의 서술, 2. 만주국 경험과 조선총독부의 식민 통치 경험이 남한 개발 체제의 형성에 미친 영향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문제(이는 만주국의 독립성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3. 계획경제 내지 '통제경제'의 도입에 있어 만주국을 소비에트 계획경제의 매개라기보다 유일하고 결정적인 사례로 제시한다는 것, 4. 연구 대상에 깊이 개입하면서 발생할 법한, 만주국과 남한 개발 체제의 반공주의를 답습하는 역사 서술('전체주의 체제'로서의 소비에트와 북한 서술) 등을 들 수 있다. 남북한 공히 식민주의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탈식민은 한국인의 영원한 숙제라고 보는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주요한 참조점이되 역사의 지형을 그리기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될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