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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parallax view 2018. 5. 7.

네 인생의 이야기 


이 중편은 물리학의 변분 원리에 대해 품었던 흥미에서 생겨났다. 처음 이 원리에 관해 알게 된 이래 줄곧 매력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소설 속에서 이것을 어떻게 쓰면 될지 알게 된 것은 유방암과 투쟁하는 자기 아내를 소재로 한 폴 링케의 1인극 <살아 있으면 시간 가는 것을 잊는다>라는 제목의 연극을 본 후의 일이었다. 어떤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처하는 이야기에 변분 원리를 대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몇 년 후, 이 아이디어와 친구 한 사람에게서 들은 갓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이 작품의 핵이 되었다.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이 중편에서 거론되는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에서는 양자역학적 기반에 관한 논의는 모두 제외했다는 점을 명기해둔다. 이 원리의 양자역학적 해석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적 버전이 내포한 은유성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를 단적으로 요약한 글로는,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5도살장』의 출간 25주년 기념판 저자 서문에 나오는 구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우리가 미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내 입장에서는 미래를 기억하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연약하고 의심할 줄도 모르는 나의 갓난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나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이미 다 자란 어른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의 말로가 어떨지도 알고 있다. 그들 중 다수가 이미 은퇴했거나 죽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나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내심을 가지도록. 제군의 미래는 제군을 잘 알고 있으며, 제군이 어떤 인간이든 간에 사랑해주는 개처럼, 제군의 발치로 달려와 드러누울 것이므로.' 


테드 창, 「창작 노트」, 『당신 인생의 이야기』, 김상훈 옮김, 엘리, 2016, 430~4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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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기억한다는 것. 우리를 잘 알고 있는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발치로 달려와 드러누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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