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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100219

by parallax view 2010. 2. 20.
1. 사람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트위터는 대화의 공간이고 블로그는 독백의 공간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혹은 나도) 트위터에서 몸을 빼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돈된 망상과 가공된 경험이 소수에게 개방된 좁은 안마당. 블로그가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공개와 폐쇄, 공론과 사생활이 불균등하게 공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빛은 그림자를 껴안고 있다.

2. 오랫만에 <Axis &Allies>를 했다. 2004년에 나온 revised 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니어처 보드게임인데, 워게임war game이라고 하기엔 좀 낯간지럽다. 연합군을 잡고 4 ~ 5턴 쯤 하다가 상대방의 GG로 게임을 접었다. 그닥 어렵진 않지만 한 게임할 때마다 3, 4시간 쯤 걸리기 때문에 하고 나면 꽤 지친다. 아침 5시 반쯤 시작해서 11시에 걷으니까 졸린 머리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냥 말로만 하긴 좀 심심해서 올린 사진(Avalon Hill 공식 홈페이지). 세팅에만 10분, 게임 설명에 20분 먹는다는 악명(?)에 걸맞게 헤비해 보이지만, 헥사맵에 부대표 보면서 하는 워게임에 비하자면 이건 차라리 인형놀이라고 봐도 좋을 거 같다. 게임에 주사위가 들어가 운적 요소가 높다.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주사위가 후달리면 걍 안습. (...) 예전에는 이렇게 규모 좀 있는 게임이 좋았는데, 날이 갈수록 룰도 심플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할 수 있는 게 진짜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Bang!>을 좀 사고 싶긴 한데,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 갖고 있던 게임들(<Setters of Catan>, <Cities & Knights of Catan>, <Clue>, <Burn Rate>)은 이제 행방이 묘연하다. 아쉽다.

3. 다시 <1Q84>를 읽고 있다. 정확하게는 하권을 읽고 있는데, 작년 가을쯤 상권을 읽었으니까 텀이 좀 늦었다. 상권에서는 아오마메의 이야기에 몰입을 못했는데(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하권에서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수렴하는 분위기로 가면서 몰입이 좀 더 쉬워진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뭐랄까, 하루키의 냄새가 짙어진다. 하루키를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양을 쫓는 모험>에서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할 때의 위화감과 긴장감이 반복되는 기분이다. 판타지 소설 아닌 양 시치미 뗀다 상상해 보면 또 나름 귀엽다.

4. <오래된 연장통>은 설 때 고향에서 읽었다. 대중교양서라 금새 읽혔다. 쉽고 재밌다. 하지만 공허하다. 어디까지나 진화심리학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한 떡밥이라고 생각하면 수긍은 간다. 다만 '가설'이라고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설을 '진실'로 확신하는 어조가 자주 거슬린다. "'털 없음'이 성선택에 의해 진화한 구애 도구라는 체외 기생충 가설이 맞다면, 다윈이 자신의 성선택 이론을 처음 발표한 책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정작 체외 기생충 가설을 단칼에 기각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상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p.173) 나는 '이야기의 생물학' 파트에서 실소가 나왔다. 문학 비평에 "모든 행위의 목적은 번식"이라는 목적론적 세계관을 외삽할 때 '다윈주의 문학 비평'이라는 개그(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면 더욱 치명적인 개그다!)가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진지하게 검토해봐야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참,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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