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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렛츠리뷰] 시사IN 제73호

by parallax view 2009. 2. 8.

리뷰에 올릴 사진 찾으러 시사인 홈페이지 들어갔다가 1호 독자위원을 모집한다길래 냉큼 신청했다. 그런데 혹시 뭐 잘못 썼을까 싶어서 다시 읽어볼랬더니 접근불가. 이거 괜히 떨어지는 거 아냐 싶다가도, 그러거나 말거나.

커버스토리 : MB의 '대운하맨' '춘투' 돌입한다 : 다시 대운하가 떴다. 지난해 대운하에 대한 여론의 강력한 반발로 "국민이 원하면 대운하 하지 않을 것" 이라던 이명박의 말이 무색하게 '한반도대운하재단'과 '부국환경포럼' 등의 시민단체가 대운하건설을 지지하는 활동을 공세적으로 펼쳐갈 예정이라 한다. 이들은 10만 제곱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반도 절반을 관통하는, 그야말로 '대관장수술'이 국가와 민족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대인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명박의 발언을 해석하는 방식도 대인배스럽다. "국민이 대운하를 원하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선전선동에 대한 지극히 괴벨스스러운 인식은 둘째치고, 이들 이른바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주축을 보면 결국 이명박 끄나풀이라는 인상을 못 지우게 만든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한반도 대운하특별위원회 서울시 본부장을 맡았던 김주성 씨가 '한반도대운하재단' 이사장이고, '부국환경포럼' 대표는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으로 출마했다 낙마한 박승환 씨다. 이들 단체들에 한나라당, 청와대, 우파 시민단체 회원 등의 인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은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후원금을 전하고 싶더라는 의사표현도 늘고 있다 한다. 혹시나가 역시나, 이들은 대운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친이계 정치인들, 대운하 관련 건설재벌들, 그리고 지역 유지들과 그들과 금전적으로 연결된 지역 주민들이 담합한 결과가 이런 '시민운동'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경인운하만 보더라도 그렇다. 유역별로 운하를 건설한 뒤 이를 잇는 식으로 대운하건설의 초석을 닦고, 관변단체를 동원해 대운하의 명분을 늘리겠다는 얄팍한 꼼수가 아니면 무엇일까.

특집1 용산참사 그 후 : <살려고 올라갔다 죽어서 내려왔다><'건설재벌' 배 불리려 재개발 사업 벌이나> 기사는 이미 신문지상을 통해 알려진 철거민 실태를 반복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다. 그러나 재개발사업이 주민의 재정착율을 무시한채 건설사와 지주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 대한 요약정리는 된다. 재개발사업을 민간이 아닌 공공 부문에서 맡고, 현재와 같은 철거 재개발방식이 아닌 순환 재개발방식을 사업방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이 낮은 보상금으로 재개발지역을 계속 헤매야만 하는 부조리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와 같은 방식이 도입되길 기대하기도 요원하다는 것이 서민들의 비극이다. <용산 불길 넘어 '석기' 시대 열리나>는 이명박의 '내사람 끌어안기' 욕망과 용산참사 책임규명의 사이에서 책임회피의 대명사가 되어가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나름 객관적인 기사다. 신중한 원칙론자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10년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청장감'이라 불리던 김 내정자가 정권이 바뀌면서 변질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권력이란 게, 또 윗사람의 "내 사람은 내가 지킨다"는 고집이 그래서 무서운지도 모른다.

신년강좌 3 "하던 일을 멈추고 자기를 대면하라" : 시사인 특강 시리즈 3번째는 <정혜신에게 김어준이 '위기의 심리'를 묻다>. 정혜신의 글을 좋아한다. 그녀가 <신동아>에 연재했던 칼럼들도 좋았고, <샘터>에서 홍세화와 한 인터뷰도 좋았다. 정혜신의 말에는 인생과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녀가 특히 '남성'과 '남성의 심리'에 통달(?)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닐까. 또, 솔직하고 직설적이되 예의바르다. 여러가지 면에서(예의 빼고) 시오노 나나미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시오노 나나미에게 역사의 영웅이건 눈앞에 선 남자건 그의 근사한 매력을 훑어보는 데에 재미를 느끼는 짖궃음이 있다면, 정혜신은 좀 더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남성상, 자아를 탐색하고 지위니 명예니 하는 껍질을 벗겨낸 뒤의 인격으로서의 남성성을 이야기하는 게 다르다.

특집 2 산 넘어 강 건너 '신의 물방울'에 홀리고 취하다 : 시사인 기자들이 와인탐방에 나섰다. 강원도 횡성에서 출발해 경북 의성과 청도를 지나며 지역의 와인을 맛보고 서울~영동간 와인트레인을 타고 한겨울 와인여행을 했다. 64호69호 기사의 연장에서 선 기사로 시사인이 고집하는 테마인 지역경제(문화)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은 참신했지만 불경기에 이런 기사가 먹힐까 싶은 걱정과, 여행기와 뉴스기사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와인맛에 대한 서투른 평가만 드러낸 기사가 아니었나 싶다. 외국의 캠벨포도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기에, 사과, 다래, 배, 석류 등으로 다양한 맛과 향의 와인을 생산하는 국내 와이너리들. 그러나 외국 와인, 특히 칠레 및 호주산 와인들의 시장점유율을 깰 정도의 시장성을 갖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석훈의 경제 프리즘 한국 문화의 꽃, 영화가 위기다 : 영화가 위기고, 영화판이 소수 감독과 스타배우, 거대 제작사들의 피라미드식 착취구조라는 건 전적으로 옳다(문화판 막장의 사실상 원조다.). 그런데 영화는 파이라도 크지. 파이도 쪼매난 주제에 제작사, 작가, 이용자 모두 사분오열 지리멸렬한 데는 따로 있다. 바로 만화판. 한쪽에서는 아직도 대여점 때문에 만화판이 이 모양이 되었네 안 되었네 싸우고(벌써 10년째다!), 한쪽에서는 만화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원천이니 국가적 지원 블라블라 하면서 껍데기만 커져있고,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불공정 계약건이 공식화되어 있고, 작가들 내부에도 착취구조가 만연해 있다. 그리고 그 구조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한 작가들이 꾸준히 등단하고 있다는 게 또 비극이다. 문화판이라는 곳이 그 어떤 공공기관이나 사업보다 착취가 심한 공간이라는 역설은 그곳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만큼 커진다. 우석훈은 영화판을 악화시키는 큰 이유를 영화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는 것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만화인들은 그 역할을 얼마만큼 하고 있을까? (MB악법 바로보기 릴레이카툰도 좋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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